Part 4 빈칸, 주의 사랑을 기록하소서 - Chapter 24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다
Part 4 빈칸, 주의 사랑을 기록하소서
Chapter 24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다
그 나라에 입성하는 날 마지막 시간에 웃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이다. 최후의 승자들을 위해 나는 오늘도 목회 현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자 한다.
“따르릉~ 따르릉 〜”
새벽 2시,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흑흑흑…’,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목사님! 밤늦게 죄송해요. 저의 아내가 지금….”
김 성도였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는 소리만 먹먹하게 전해졌다.
“예! 지금 바로 갈께요.”
필시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곤히 잠든 아내를 흔들어 깨웠다.
“여보 아무래도 자매가 위급한 것 같아요 빨리 일어나 갑시다 ”
우리 부부는 급히 옷을 챙겨 입고 김 성도 집으로 달려갔다. 현관을 들어서자 온가족들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당시 김 성도는 두산그룹의 총무부장이었고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었다. 자궁암으로 수술한 뒤 폐암까지 발견되었는데,이미 많이 퍼졌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수술 불가 판정을 내렸다. 병은 점점 깊어져서 위급한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부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처음 만나 연애 결혼을 하여 둘 다 좋은 직장에 다니며 슬하에는 1남 3녀를 두고 다복한 가정을 꾸려갔다. 이렇게 행복하게 살 만한 때 40대 초반의 여인은 어린 자녀들을 세상에 두고 떠나야 했다. 그 심정이 오죽할까! 그녀가 예수님 품으로 가는
과정은 슬픔과 기쁨이 교차했다.
김 성도의 모친 황권사님은 일찍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고 봉천동으로 이사온 후 우리 교회에 등록하여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교회를 다니던 아들이 불신자 자매를 만나 연애하자 권사님은 예비 며느리에게 아들과 결혼하려면 꼭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전했다.
“네,어머니. 저도 교회에 나가겠습니다.”
철석같이 대답하더니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오히려 아들이 어머니보다 아내를 더 따르게 되어 아내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되었고 결국 신앙을 저버리고 말았다.
권사님이 며느리에게 교회 나오라고 전화하면 강요하지 말라고 딱 잘라말하니 어머니에게 이 일은 큰 기도 거리였다.
“어머니,종교는 자유예요. 강요하지 마세요.”
그렇게 시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에 며느리가 암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더 이상 현대 의학도 한계 상황에 이르자 부부는 어머니의 강권으로 교회에 나오게 된 것이다.
등록한 첫 주간에 심방하여 예배드렸다. 자매는 계속 흐느껴 울었다. 목회생활 10년이면 나름대로 눈치학 박사가 된다.
자매의 눈물은 참회의 눈물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억울함에서 나온 눈물인 것을 알았다. 그 마음을 위로하며 침착하게 말씀을 전했다.
“죽게 되었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분노하거나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고 노여워 하지도 마세요. 죽음이란 자매님 혼자만 당하는 일은 아닙니다. 누구나 한 번 태어나서 한 번 죽는 것은 하나님이 정하신 일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죽음 후에 심판이 있으므로 꼭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해야 합니다;
자매는 영접기도를 따라하며 예수 믿지 않은 과거를 탄식하며 후회했다. 나는 날마다 요한복음을 읽으면서 예수님만이 구원자 되심을 입으로 시인하라고 권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 다시 심방을 갔다. 그때도 자매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지난 번의 눈물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번에는 가슴속에서 애통하며 회개하는 눈물이었다.
그동안 시어머니의 권면을 외면하고 고집부린 죄를 회개하면서 울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 한켠에서 울컥했다. 심방대원들에게 통성기도를 시켜놓고 조용히 자매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주님께 간구했다.
“주여! 약속하신 성령으로 기름 부어주소서. 이 마음속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소서. 주님이 주시는 기쁨과 평안을 충만하게 하소서.”
자매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 몸에는 진동이 일어났고 입에서는 방언이 터졌다. 기쁨으로 충만해졌다. 자매 얼굴이 천사의 얼굴로 비춰졌다. 그날 그녀는 성령을 받았다. 김 성도가 전화한 날은 자매가 성령을 체험한 지 딱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방에 들어서자 가족들은 슬퍼하며 울고 있었다. 나는 울고있는 가족들을 향해 말했다. ’
“다들 눈물을 그치세요!”
자매는 눈을 감은 채 누워있고 호흡은 불규칙했다. 임종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이었다.
‘다 같이 찬송을 부릅시다.”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
맑은 가락이 울려나네
하늘 곡조가 언제나 흘러 나와
내 영혼을 고이 싸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찬송가 2절 중간 소절을 부를 때 ‘푸〜’하는 소리와 함께 긴 숨을 내쉬었다. 죽어가던 자매가 갑자기 정신이 돌아왔는지 힘겹게 눈을 떴다. 자매는 나를 바라보며 함박꽃처럼 빙그레 웃었다.
그녀의 모습은 평안했고 거룩했으며 고요했다. 니도 미소로 답했다. 자매의 눈빛에서 몸을 일으켜 달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여보 등 뒤에 손을 얹고 일으켜 봐요.”
나는 자매의 손을 잡고 아내는 등을 밀어 일으켜 앉혔다. 자매는 벽을 등받이 삼고 앉았다.
자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목사님! 너무 너무 좋아요.”
“뭐가 그렇게 좋아요?”,
“제가 흰옷을 입었어요. 천사보다 예쁜 제 모습을 봤어요. 제가 황금으로 된 길을 걸으면서 흰옷을 입은 수많은 천사들과 함께 찬송을 불렀어요.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이 찬송을 함께 부르는데 저 멀리서 밝은 빛 가운데 예수님이 나타나시더니 두 팔을 벌리고 저를 마중 나와 계시 더라고요. 너무 좋아서 ‘예수님!’ 하고 큰 소리로 외쳤는데 그만 저도 모르게 눈이 떠졌어요”
조금 전에 ‘푸〜 ’ 하고 소리 낸 것이 자매가 예수님을 크게 외친 소리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를 바라보며 지금 예수님의 손을 잡고 천국으로 간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남편이 울면서 말했다.
“여보 가지마! 당신 죽으면 안 돼.”
자매의 시선이 남편에게로 향했다.
“주님이 오라면 가야지요. 미안해요. 여보 우리 4남매 잘 키워줘요. 부탁해요.”
잠시 후 시어머니인 황 권사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머니 저를 용서 해주세요. 그동안 제가 잘못했어요.”
권사님은 며느리를 안심시키며 천국의 소망을 심어주었다.
“주님이 다 용서하고 나도 용서했으니 마음을 평안히 가져라. 천국의 소망으로 기뻐해라.”
자매는 이어 큰딸을 불렀다.
“엄마가 천국가면 네가 엄마 대신 아빠도 챙겨드리고 동생들도 잘 돌봐 주어야 한다”
“네,엄마.”
큰 딸은 더 많은 눈물을 쏟으며 죽음을 목전에 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큰누나가 울자 초등학생 막내 들도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엄마죽지 마세요. 엄마 죽으면 어떡해요. 엄마 죽지 말아요.”
자매는 통곡하는 아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엄마는 이 세상보다 더 좋은 천국으로 가는 거야. 이 다음에 천국에서 엄마랑 다시 만나는 거야. 천국에서 엄마 만나려면 세 가지를 잘해야 한다. 첫째는 교회 잘 나가고 둘째는 아빠 말씀 잘 듣고 그 다음에는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는 거야. 알았니?”
엄마와 아들은 새끼 손가락을 걸고 마지막 약속을 했다.
그날 밤 하나님은 세상을 떠나는 자매를 거룩하게 하셨다. 기력이 쇠하여 입을 벌릴 힘조차 없어 눈빛으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자매에게 기적처럼 생기를 돌게 하셨고,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말들을 전하게 하셨다.
“목사님 저를 다시 눕혀 주세요. 그리고 아까 부른 그 찬송 불러주세요.”
나는 자매를 평안히 눕히고 함께 찬송을 불렀다.
내 영혼에 평화가 넘쳐남은
주의 축복을 받음이라
내가 주야로 주님과 함께 있어
내 영혼이 편히 쉬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참으로 거룩하고 평안하였다. 자매가 예수님 손잡고 천국에 간다는 확신에 슬픔을 념어선 참 기쁨이 방안에 가득했다. 눈을 감은 채 마지막 4절까지 부른 후 나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이미 숨은 멈추었지만 자매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5월 6일 새벽 3시경 자매의 영혼은 평화의 왕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나의 목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임종예배였다.
우리는 모두 주님 다시 오시는 날 재림 나팔소리에 다시 깨어 일어나 주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성도의 죽음은 끝이 아니다. 더 좋은 세계로 날아오르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창 1:5 후반절)
죽음을 맞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영원한 나라에서 아침을 맞게 된다. 그 나라에 입성하는 날 마지막 시간에 웃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이다. 나의 존재 의미는 모든 성도가 최후에 웃는 승리자들이 되도록 참 목자가 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케 하였다.
